[증언] 잘못된 꿈 ⑤

잘못된 꿈 ⑤

증언자: 김정우(가명)

어린 시절 밀수를 하며 보안원의 꿈을 키운 김정우님. 갖은 노력 끝에 보안원이 되었지만, 다른 이들의 자유를 도와주다 발각되어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새롭게 시작하여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김정우님의 이야기입니다.

생활제대

2012년 실수로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북한에서는 난방을 나무 연료로 떼다 보니까 항상 나무를 실은 트럭이 보안서로 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나무를 들고 내려오다가 트럭에 깔리면서 허리랑 다리 쪽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렇게 입원해서 6-7개월 앓다가 다시 돌아오니까 생활제대를 받았습니다. 북한은 6개월만 출근 안 해도 바로 제대입니다. 옷 벗어야합니다.

경찰과 군인에게는 생활제대, 감정제대라는 두 가지 제대가 있습니다. 감정제대라는 것은 아파서 제대하는 것이고, 생활제대라는 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받는 제대입니다. 저는 감정제대가 아니라 생활제대를 받았습니다. 감정제대는 복직을 할 수 없지만, 생활제대는 복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의 배려라고 해서, 뇌물을 주면 됩니다. 저도 생활제대 된 후에 북한 남자들은 일을 안 하면 안 되니, 혜산시 발전 기계 공장에 이름을 걸어두고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한 달에 얼마씩 돈을 주고 집에서 쉬었습니다. 한 1년쯤 있다가 복직할 생각이었습니다.

사촌 누나의 연락

그러던 중, 탈북해서 한국으로 간 사촌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사실 2011년도부터 한국과 연락을 하고 있었습니다. 누나가 탈북한 뒤에는 누나랑도 전화하고, 다른 탈북자들을 가족이랑 통화하게 해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누나가 전화가 와서 울면서 사정을 했습니다. 200만원을 줄 테니 자기 애들 둘을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제가 그때는 별로 할 일도 없고, 보안서에서 일하면서 아는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에 냉큼 하겠다고 했습니다. 조카는 그 집 할머니가 돌보고 있었습니다.

사람을 시켜 아이들을 데려오라고 보냈더니 할머니가 조카들을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누나가 한국에서 돈을 보내주니까 애들이 돈줄이라고 생각해서 절대 안 주겠다는 것입니다. 사촌 누나한테 이야기하니 울면서 제발 데려와 달라고 사정을 하길래 마음이 약해져서 그냥 내가 데려오자 생각하고 직접 조카들을 데리러 갔습니다. 애들 하교하는 시간에 맞춰 숨어있다가 친구랑 점심 먹으러 나온 걸 보고, “일로 와봐라. 내가 누군지 알겠니. 삼촌이지. 가자” 하면서 오토바이 태우고 그 길로 바로 아이를 넘겼습니다.

그러고는 친구 집에서 하룻밤 자고 슬슬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다음 날 아침에 친구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나에 대한 체포가 시작되었다고, 집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그때부터 우리 집 앞에 보안서 사람들이 지키고 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산속에 숨어서 한 보름 정도 버텼습니다. 보름 동안 있으면서 엄마도 만났습니다. 그때 김정은의 방침이 내려왔는데 아이를 유괴해서 한국으로 보내는 자들을 무조건 잡아서 죽이라는 지시였습니다. 그래서 울면서 엄마한테 나는 한국으로 가겠다고 이야기했지요.

한국으로

그렇게 해서 2014년 한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북한에서 항상 경찰이 되려고 꿈을 꾸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뇌물도 정말 많이 고이고, 가족 모두가 힘을 썼었지요. 결국 저는 경찰이 되었지만, 의도치 않은 사고로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북한에 있을 때부터 성격이 좀 튀는 사람이었습니다. 호기심이 많았고, 남들 도와주는 거 좋아하고. 자유로운 인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조국에서 살 수 없을 만큼 큰 죄를 지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단지 제 사촌 누나가 조카들과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기만을 원했을 뿐입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