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 잘못된 꿈 ④

잘못된 꿈 ③

증언자: 김정우

어린 시절 밀수를 하며 보안원의 꿈을 키운 김정우님갖은 노력 끝에 보안원이 되었지만다른 이들의 자유를 도와주다 발각되어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한국에서 새롭게 시작하여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김정우님의 이야기입니다.

공민등록과 장부

학교를 졸업하고 그렇게 원하던 보위원(경찰)이 되었습니다. 저는 양강도 혜산에 위치한 보안서(경찰서)에서 주민등록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제가 일할 당시는 공민등록과라고 했습니다. 이 공민등록과에서 하는 일이 무엇이냐면, 주민들 개혁적 토대를 관리하는 것 입니다. 북한은 여기처럼 전산화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50년대부터 사용한 장부가 있습니다. 내가 만약 김상진이라고 하면, 내 정보가 적힌 책이 있는 것입니다. 그 책을 보면 내 조부부터 시작해서 일제 시기, 전쟁 시기에 무엇을 하였는지 100% 다 적혀있습니다. 심지어 우리 삼촌이 어느 누구와 불륜하고, 바람 핀 소식까지 다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그리고 내가 만약에 탈북을 하면, 가족들 장부에 가족 중 누가 탈북했다고 기록해 둡니다. 교화소 갔으면, 교화소 갔다고 기록하고, 처형되었으면, 처형되었다고 기록하고. 이런 기록을 하는게 제 업무였습니다.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친척 사안까지도 기록하다보니 한 명에 대한 자료가 100-200쪽 정도 되었습니다.

처단자 계층

특별히 가족들이 관리소에 갔다던가 해서 감시를 더 해야 되는 주민들한테는 특별한 표시를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주민들을 네 가지로 나누어서 봅니다. 핵심군중, 기본군중, 복잡 계층 그리고 처단자 계층입니다. 장부의 제일 겉면에 ‘주민대상’이라고 쓰고 그 밑의 괄호 안에 계층이 적혀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그것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게 됩니다. 왜 이 사람이 그 계층이 되었는가는 장부 안에 다 기록이 되어있습니다.

처단자 계층은 최하위 계층인데, 옛날 처단자 계층은 50년대 치안대에 가담했다던가 아니면 북한 혁명에 반행위종파분자로 처단된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지금은 통신선 절단해서 처형된 사람, 인신매매로 처형된 사람 등을 말합니다.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간 사람들은 처단자라고 하지 않고 ‘몇 호 관리소’라고 따로 적혀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있는 동안에 관리소에 간 사람들 중에 한 명도 살아서 돌아온 사람을 못 봤습니다.

관리소에 간 사람들은 꽤 있었습니다. 일반 교화소에 갔으면 ‘언제 출소되었다’ 아니면 교화소 안에서 죽었다고 하면 사망 통지서가 날라옵니다. 그런데 관리소만 가면 ‘1988년 10월 3일에 갔다’이러고 위에 아무 기록이 없습니다. 완전 비밀입니다. 우리도 일체 몰라요. 왜 관리소에 갔는지에 대한 기록은 간략하게 적혀있습니다. 거의 다 간첩들이 갔다고 봐야합니다. 아니면 남한이랑 무슨 연계가 있던 사람들 그리고 종파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