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 성일이야기 – 2

                             성일이야기 ②

편집자 주 : ‘성일이야기’는 2011년 한국으로 들어온 한 탈북동포의 이야기를 편집한 것으로 성일 씨의 북한에서의 삶과 경험, 탈북동기 등을 중점적으로 담아 총 2회에 걸쳐 연재된다.

북한 군대의 상황과 실정

남성에게 군대는 의무지만, 여성에게는 선택이다. 남성의 군 복무 기간은 일반병이 10년, 특전사가 13년이고, 여성의 복무기간은 6년, 장교는 8년이다. 하지만 14살부터 붉은 청년근위대라는 곳에서 꾸준히 총 다루는 법을 익히기 때문에 거의 모두가 기본적으로 총을 다룰 수 있다. 남성의 경우, 10~13년의 군 복무를 마친 후 지방군 교도대에 편입하게 되는데 특전사는 지방군에 편입된 이후에도 특전행정과 같은 분야에서 훈련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해마다 정기적으로 군사훈련을 받는다. 북한의 군대 수가 총 120만인데, 교도대와 같은 병사들을 모두 포함하면 770만이니 전시에는 1,000만 정도가 무기를 들고 전쟁에 참가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큰 군대의 규모와 지속해서 실시하는 정신교육에도, 과거 고난의 행군 시절을 지나는 동안 탈영하는 군인이 많았다. 최근에는 탈영 수가 급속히 줄어드는 추세인데, 이는 북한군을 대상으로 교양 사업을 강화하고 한 명이 탈영하면 중대에서 연대적 책임을 지게 되며, 개별 면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에는 탈영해도 군 복무를 계속시켰지만, 이제는 ‘과오제대’라는 딱지를 붙여서 강제제대시키기 때문에, 평생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매장되는 불명예를 떠안게 된다. 군의 10가지 중대관리 준칙을 보면, 모든 것을 교양하고 해설해서 설복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개인 상담을 많이 하고 처벌과 교양제도를 통해서 탈영을 줄여가고 있다.

북한군은 군 복무 10년 동안 휴가가 한 번도 없다. 외박도 없고, 면회만 시켜주는 정도다. 그냥 얼굴만 보고 헤어지는 것이다. 부모가 위급하다고 해서 내보내 주는 경우도 없다. 사망했을 시에만 내보내 주고, 그런 때에도 대체로 보름 정도의 시간만 내준다. 임종은 못 보는 것이다. 편지는 군사우편으로만 받을 수 있고, 그것도 군사 기밀 같은 것들이 빠져나갈까봐 모두 검사를 한다. 북한은 기밀이 새어나가지 않게 막는 것에 매우 능한데, 전투 기구들 같은 것들도 다 숨겨놓는다. 사실 북한을 많이 안다고 하지만 너무도 모르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북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다 맞는 것도 아니다. 책이라든지 탈북자의 증언들도 다 맞을 수 없는 것이, 북한의 모습이 시기마다 다르고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에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어서 자기 구역이 아니면 북한의 사정을 다 알 수가 없다.

북한에는 여군도 많은 편이다. 부대의 특성마다 여성의 비중이 다른데 고사포라는 곳, 즉 포를 다루는 곳에 대체로 여자들이 많다. 그리고 의료부문, 의무대, 경비대, 예술선전대, 포병에도 많이 포진되어 있다. 여군 한 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남자 군인 세 명분 정도라고 하는데, 여군에게 들어가는 지원이 괜찮은 편이다. 분이나 립스틱까지는 아니지만, 크림 같은 것 하나 정도는 바를 수 있게 해준다. 남성들 소모품은 안 나와도 여성들 소모품은 제대로 나오는 편이다. 하지만 군 복무 중에 임신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이다. 극히 드문 일인데, 군에서 공식적·공개적으로 연애를 못하기 때문이다. 처녀 시절에 군 복무를 해야 하고, 결혼은 전역해야 할 수 있다. 군대 내에서 임신하게 되면 과오제대를 하게 되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눈 감아 주기도 한다.

북한 군대의 정신력

북한 군대는 특히 정신력이 강하다. 아무리 못 먹으면서 훈련을 받아도,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무기를 들고 남한으로 내려올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북한에서는 태어나고 자라면서 지속적이고 철저한 세뇌교육을 받게 된다. 이를 통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하늘처럼 떠받들게 되고, 이러한 사상교육과 함께 남한과 싸워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정신교육을 받는다. 북한의 탱크에 남한의 경제력을 얻어놓으면 강성대국이 될 수 있다고 배우기 때문이다. 그것도 거의 매일 정신교육을 받는데, 사람의 정신이 가장 맑은 오전 시간에 주로 교육이 이뤄지고 토요일 오전에는 순전히 교육만 받는다. 이러니 정신력에서만큼은 남한군보다 앞설 수밖에 없다.

남한에 온 이후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구에서 강연한 적이 있는데,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90% 이상이 이민을 가겠다고 말했다. 이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 군에 입대하게 되고 사회의 중추를 구성하게 되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갈지 걱정이 많이 되었다. 남한 사람들이 행복한 삶 속에서 살다 보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자유와 권리에 대한 소중함을 잘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것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정신력의 부재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북한을 전망하다

앞으로도 북한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다. 군 복무를 마친 후 북한 경제에 대해 2년 정도 공부를 하면서 북한 지방산업의 99.9%가 황폐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는 북한 경제를 차라리 새로 건설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특히 경제 관리에 대해 배웠는데,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체제는 이미 다 파괴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원료도 없고 자재도 없어서 생산이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태에 있다. 공장이 돌아가지 않고 그저 기계와 고철 덩어리만 덩그러니 남겨진 곳이 바로 북한이다.

북한의 지배 계층은 군대만 있으면 모든 것이 무너져도 정권은 유지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모든 권력관계를 자신의 정권 유지에 사용하는데 이것은 부정부패로 이뤄진다. 특히, 북에서는 군복만 입고 다니면 아디에서든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간부들은 다 비밀자금을 가지고 있고, 직위와 힘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돈을 더 모으려고 한다. 간부들에게 뇌물을 보내는 것은 일반적인 모습이고, 이미 주색 품, 술과 여자, 돈에 대한 부패가 북한 사회 전반에 만연하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북한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예측할 수가 없다.

또한 지배계층이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무엇이든지 강압적으로 하는 것도 북한의 전망을 한층 어둡게 한다. 주민의 의식이 많이 향상되었기 때문인데,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삐라를 주우면 남한이 우리를 유혹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외부로부터 정보가 들어오면 많이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CD와 같은 것을 통해서 남한의 문화가 많이 유입되는데, 지금 북한에 입대하는 군인들을 보면 남한의 영화, 노래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사람들의 의식과 시대가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김일성 생일 100주년 맞으면서 북한이 내세운 것이 바로 강성대국이다. 강성대국이라는 것은 정치, 경제, 군사대국으로 거듭난다는 것인데, 통일을 이루지 않고서는 절대로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북한에 있을 때는 남한사람들이 통일하기 싫어서 통일이 안 되는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탈북을 하고 나서 보니 북한이 원하지 않아 통일이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개혁과 개방이 아닌 쇄국정치를 계속 고집한다면 북한 정권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현재 북한의 상황은 상처가 너무 오랫동안 곪아서 조금만 건드리면 금방 터질 것 같은 상태에 놓여있다. (끝)

편집 : 장시환 (국제협력캠페인팀 인턴)

※『북한인권』170. 2012년 11월 pp. 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