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 새 삶을 찾아서 ③

[탈북자 증언]

 

새 삶을 찾아서 ③
 

 

양 ㅇ ㅇ(탈 북 여 성)
<질의응답-속>

안녕하세요. 저는 임춘원이라고 합니다. 우선 언니를 뵈니까, 언니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굉장히 친숙함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냥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저는 북한의 실정도 잘 모르고, 수련회를 통해서 많이 배우려고 왔습니다. 우리나라에 와서의 적응과정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적응 과정에서 언니가 혼란도 많이 느끼셨을 것 같고, 놀랐던 것도 많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것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적응과정이라면, 저는 일단 지금까지 다니던 회사를 어제 날짜로 그만뒀어요. 제가 삼성카드에 다니는데, 삼성카드라고하면 솔직히 밖에서 보기에는 굉장히 좋은 회사잖아요. 안그런가요? 사람들이 다 좋다고 하시던데요. "삼성카드, 돈 많이 주지"라고 하시면서 좋은 회사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제가 삼성카드에 들어와서 1년 7개월 동안 회사에 다니면서 지금까지 적응을 해왔어요. 그 한자리에서만 지금까지 살아왔기 때문에 저는, 회사 안에서의 일도 그렇지만, 밖에서의 일은 더 몰라요. 일단 회사 안에서의 일을 위주로 말씀 드릴께요.

 

제가 그 좋은 회사를 왜 그만 뒀을까 이런 의문을 던지시면, 적응과정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되실 거예요. 저는 계약직이에요. 올해 12월까지 계약이 완료거든요. 그런데 저희 지점장님이 제가 퇴사한다니까 말리셨어요. "퇴사하지 마라. 불안하다. 가지마라. 네가 계약 끝나면 내가 또 다른 곳을 소개시켜줄 수 있으니까 가지 말아라"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그 좋은 조건을 뿌리치고 나온 이유는, 제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힘들어요. 제가 느끼는 편견과 제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 때문에 살 수가 없었어요. 그것이 일을 너무 모르다 보니까 그런 것은 아니에요. 물론, 카드가 뭔지도 모르고 카드 종류가 몇 개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일을 하면 얼마나 잘하겠어요. 하지만 일하는 과정이 힘들었던 것은 아니에요. "배우면 돼! 끝까지 할꺼야! 나도 언젠가는 돌아서서 웃을 날이 있을 거야!" 라고 다짐을 하면서 정말 열심히 했고 지금은 제게도 후배들이 생겨서 후배들한테 일을 가르치는 정도까지 됐지만 그럼에도 저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제가 지금 25살이고 학교를 졸업하면 30인데, 나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가 학교를 가겠다고 결심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은 저를 아무렇지도 않게 쳐다보는데 저는 북한사람이라는, 그것 때문에 편견을 느끼게 되고, 선입견을 가지기 때문이에요. 회사같은 곳에 들어가도 다른 사람들이 편견을 가지고 있음을 느끼게 될꺼에요.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은 "쟤는 당연히 모를 거야"라고,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을 하세요. 사람들이 "일단 일을 시켜보자, 일을 시켜보고, 얼마나 노력하나 보고, 그리고 결과를 보자"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회사에 저보다 휠씬 일 잘하시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랑 같이 일하면서 힘들어 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그러니까 항상 저는 밀리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정말 어렵게 결심을 내린 거예요. 4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너무너무 아까워요. 그래서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 어렵게 결심한 것만큼 열심히 살 거예요. 지금 말씀드린 대로 끝까지 이루어지길 본인도 굉장히 기대가 많이 되구요. 저라고 사회에 적응하는데 쉬웠던 것은 아니에요. 아까도 말씀 드렸다시피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었어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한참을 생각하다 물어보면 무슨 이야기 했는지도 모르겠고, 이해도 안가고 하니까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잖아요. 항상 그런 일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을 대상으로 얘기를 할 때가 제일 기분이 이상해요. 괜히 내가 뭔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대학을 다니면서 그런 부분을 조금 발전시키고 싶은 것도 있어요. 또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바로 결혼을 하더라도 내 자신이 선입견을 버리기 위해서 학교를 가려고 결심을 한 것입니다. 쉬운 것은 아니지만 가서 이제 열심히 해야겠죠? 정말 어려울 겁니다.

 

한국에서의 여가활동과 북한에서의 여가활동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처음 한국에 오셔서 이곳의 여가문화가 많이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지셨을 텐데 이곳에서 어떤 여가활동을 즐기고 계시고,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중국에서 자유 속에서 사람들이 입는 옷이나 행동 같은 것을 조금씩은 텔레비젼을 통해서 봤기 때문에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생활이 생소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처음에 한국에 들어와서 제일 신기했던 것이 노래방이었어요. 처음 노래방을 갔는데, 5명이 4시간을 놀았어요. 그것도 신세대들이 부르는 유행가가 아니라 전부 옛날 가수들 노래 있잖아요. '울리지 말아요'같이 옛날에 부르던, 뽕짝이라는 그런 노래들을 불렀어요. 중국에서 지낼 때는 주현미 노래를 되게 많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또 한국에 들어올 때 일행 중에 나훈아 노래를 되게 좋아 하는 오빠가 있었어요. 그분은 그래도 한국을 좀 아는 분이 TV서 나훈아 어쩌구 노래두 잘하구 하면서 하는 얘기 듣고 저는 아 그사람 정말 위대한 사람이구나 이렇게 생각했구 또 남한은 전부 다 그런 식의 노래를 부르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 노래를 젊은 사람, 진짜 쌩쌩한 사람 4명, 5명 아니 6명인가 들어가서 마이크를 서로 잡으려고 하면서 4시간을 놀았어요. 나올 때는 그때만 해도 '아! 잘 놀았다' 이러면서 나왔어요. 이제 조금 적응하고 보니까 진짜 창피해요.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을 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때는 노래방이 너무 신기하니까 너무 가고 싶은 거예요. 이러다가 적응 못하고 노래방 귀신 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였어요. 하지만 이제는 노래방 같은 곳은 하도 많이 다녀서 지금 가자면 질려요.

 

저의 노래방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뀐 것처럼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저런 행동도 해도 되는구나' '안해야 되는 거구나' 하고,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나이트를 굉장히 안좋게 생각을 했었어요. 나이트는 굉장히 불량한 사람들만 가는 곳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나이트 가자고 하면 괜히 착한 척 하면서 싫다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한번 가보니까 정말 재미있었어요. 처음에는 정말 심장 붙들고 들어갔어요. '와! 이렇게 건물이 울리는데 저 건물 안무너져' 이러면서 들어갔었는데요, 이제는 재밌는 것 같아요. 조금씩 조금씩 '이런 것은 아무나 다 누릴 수 있는 거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노느냐가 중요하지, 어디 다닌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구나' 이런 생각도 합니다, 저는 요즘 조금 멋있게 보이려고 해요. 회사 갈 때도 좀 더 화사하게 하고 가려고 하고, 주말에 가끔씩 도서관을 가방 메고 갈 때가 있어요. 가서 졸아요, 솔직히 조는데 그게 정말 분위기 있어 보여요. 분위기 때문에 가는 건 아니지만 '나도 배울 생각이 있긴 있는 거구나' 이런 생각 때문에 또는 도서관에 앉아 있는 기분을 잠시 느껴 보고 싶기도 해요. 여러분들은 이러는 제가 너무 이상하시겠지만, 왜 또 집에서 하면 졸리잖아요. 책만 들면 졸려요. 그래서 도서관에 가서 참고, 10분만 더 참아보자고 다짐하고 앉아서 글은 안들어오는데, 내용은 모르고 글만 읽어요. 도서관에도 다니지만, 너무 놀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모든 것이 처음이니까 놀고 나면 재밌고, 너무 신기하고 또 거기 가고 싶고 또 놀고 싶고 신나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는 평화로운 생활이 될 것 같아요. 너무 신기한 것이 많아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