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죄수도 인간이다 – 9

[탈북자 수기]

이 글은 탈북청소년인 김혁 군이 북한에서의 생활 중 전거리 교화소에서의 경험을 중심으로 쓴 수기로써 사투리를 고치지 않고 원문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인간 세상 속에서-

김 혁
전거리교화소 경험자
2001년 9월 20일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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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3월부터 2000년 7월 6일까지 7년 4개월동안 가장 힘들었고 미래와 인권까지도 박탈 당해야 했던 쓰디쓴 지난 날을 회상하면서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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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들이란 누구나 다를 바가 전혀 없다. 먹지 못해 배 가죽이 등에 가 붙을 정도까지 이르면 누구나 앞에 놓인 것이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먹게 되어 있고 한치 앞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는다. 즉 미래나 희망 같은 것은 거의 그들의 머리 속에서 떠났고 당장 굶어 죽지 않으면 내일이다. 오늘은 살아 났지만 내일이나 모래는 죽을지도 모르는 생활이 교화소 생활이다. 풀이 뾰족뾰족 내밀기가 무섭게 뜯어 먹는다. 그것이 잔디풀이던 민들레이던 무슨 풀이던지 뜯어 먹는다. 조금이라도 마음과 육신에 희망의 여유가 있다면 먹을 수 있는 풀만 골라 먹겠지만 허약자들은 그런 것이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쓴 풀이던 시크러운 풀이던지 매운 풀이던지 손에 잡히는 대로 뜯어 먹는다.

믿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나 역시도 풀 잔디나 박새라는 독풀까지도 먹었다. 그래서 먹은 것을 토하고 얼굴이 부어 오르기도 했고 병반에까지 들어가 볼뻔했다. 이러다 죽지나 않을까 작게 나온 풀이라 독이 없겠지 하고 생각하며 먹었지만 미처 박새풀이라는 것을 생각할 새도 없이 먹어버렸다. 그것이 결국은 큰 죽음을 맞이 하게 할 뻔했다. 3형제라는 토끼 풀도 뾰쪽 내밀 때부터 뜯어 먹으며 산나물이 자라나기를 기대했다. 진달래 꽃을 뜯어 먹기도 하고 도마뱀 작은 도룡뇽(도마뱀과 비슷함)도 잡아 구워먹기도 했다.

풀이 나오기 시작하자 교화소 내부에서는 풀 중독자들이 많이 발생했다. 얼굴이 부어 오르고 다리가 부어 오르고 심지어 눈이 가리워 보지 못할 정도까지 심한 환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부정이 너무도 오르다 보니 죽어가는 사람은 물론 죽는 사람도 많았다. 부정이 올랐다가 갑작스레 내리면 그 사람은 죽는 것이다. 갑자기 오줌발이 서면서 하루에도 몇 십번씩 소변을 보면 구축같이 부어 올랐던 몸이 순식간에 뼈만 남을 정도로 내려 버린다. 그러면 영낙 없이 죽는 것이다. 초시기 부정이 오르기 시작할 때는 물을 많이 찾게 된다. 물을 많이 먹으면 몸이 순식간에 부어 오르고 걷기가 힘들 정도까지 이르고 순식간에 내리면 죽는 것이다. 조절을 잘하지 못하면 목숨이란 한갖 의미도 없는 시체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너무나도 배고픈 까닭에 찜찔한 소금국물이라도 많이 많이 마시면 부정이 오는 몸에 더 부정이 오르고 만다. 퉁퉁 부은 다리를 손가락으로 눌러 보면 피기 없이 퍼런 다리 뼈가지 손가락이 대일 정도이다. 푹 들어간 손가락 자리를 보면 너무나도 한스러운 교화소 세상을 끝없이 끝없이 저주하게 된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하지만 꿈틀 거릴 수가 없는 곳이 조선의 교화소이고 지금 조선 사회의 현실이었다.

상처에서는 거먼 골은 덩어리들이 흘러 나왔고 움푹 패인 상처 속에는 보기 역겨울 정도의 살 썩은 온갖 패물들이 들어 박혀 있었다. 그것이 조금 더 심해지면 뼈가 들여다 보이고 조금 더 심해지면 골수염이 와서 다리를 끊지 않으면 안 되는 비극이 벌어지는 것이다. 또한 옴병이 많다 보니 몸에서는 진물이 흐르고 온 몸에는 헤져 움직이지 못하는 형편도 많이 있었다. 겨드랑이 살이 맞대이는 곳에는 항상 진물이 흘렀고 자고 일어나면 옷에 붙어 옷이 온통 진물 투성이가 되었다. 몸에서 옷을 떼려고 해도 너무 아파 떼기도 힘들었고 손과 발은 온통 보기 흉한 상처 투성이 진물 투성이가 되었다. 약을 류황과 돼지기름을 섞어 만든 것이라 하지만 워낙 병이 전염되는 병이라 그런 제조약도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거기에다 종처라는 외상병이 돌아 온몸은 물론 엉뎅이에까지 나서 앉기 힘들 정도였다. 앉기만 하면 진물이 흘러나와 옷에 달라 붙었고 옷은 진물에 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