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전 북한 벌목노동자)

타슈켄트에서 블라디보스톡으로

나는 타슈켄트시장에서 물건을 팔다가도 경찰이 나타나면 재 빨리 자리를 피하고 경찰이 사라지면 다시 팔곤 하였다.

이렇게 두 달이 지나갔는데 나는 또 앓기 시작했다.
식사 후 달리기를 할 때처럼 배가 꼬이면서 허리를 펼 수 없 었다. 아는 사람을 통하여 병원에 가 보니 수술 후 안정하면서 영 양보충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너무 과로하였기 때문에 이혈이 들었다고 하면서 이제라도 늦지 않으니 안정하면서 영양을 보충하 라는 것이다.
나는 그때 너무 약해서 뼈에 가죽을 씌워 놓은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나는 한달동안 꼼짝 못하고 앓아 누웠다.
그후 우리는 다시 장사를 시작하여 겨우 1만 5천루블을 모아 가지고 블라디보스토크으로 떠났다.

우리가 떠나게 된 것은 마야의 둘째 언니 와르느가 우리 집에 한번 들렸는데 블라디보스토크에 나오면 장사가 잘 된다는 것이었 다. 특히 중국 교포 상인들과 같이 장사를 하면 여권을 할 수 있는 돈은 며칠이면 다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북한과의 국경지대이며 하바로프스크와 가깝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하므로 안된다고 대답했다. 친구들은 나에게 농 사지을 것을 권고하였다. 나는 도저히 농사는 취미가 없었다.
이리하여 나는 할 수 없이 11월 중순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났 다.
나는 중국 국경지대인 그라데끄 지역에서 중국 교포 상인들과 장사를 시작했다.
중국 사람들은 노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나를 할애비처럼 모시고 다니며 대접을 잘 해 주었고 돈은 하루가 다르게 불어났다.

또 다시 뻗어 온 북한의 검은 손

1993년 3월 23일이다.
그날도 나는 그라떼끄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아침 10시쯤 되었을까.
러시아 경찰 두면이 오더니 증명서를 보자고 한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것 같았다. 나는 증명서를 집에 두고 왔기 때문에 없다고 하자 그들은 좀 알아 볼 것이 있으니 가 자고 하였다.
불길한 예감이 든 나는 뿌리치고 뛰려고 하였으나 두 명의 경 찰이 얼마나 틀어 잡았는지 몸을 뺄 수 없었다.
그들에게 끌려 시장 밖으로 나오자 중절모를 쓰고 색안경을 낀 조선사람이 나에게도 오더니 웃으며 말했다.
『김호, 장사가 잘 되나?』
나는 흠칫 놀랐다. 탈출한 후 처음으로 들어 보는 깨끗한 조 선말이다.
『여, 김호 동무. 러시아 여자하고 그만큼 재미를 보고 돈도 많 이 벌었겠는데 이젠 돌아갈 때가 되지 않았어!』
그리고 갑자기 표독스럽게 인상이 변하면서 러시아 경찰들에 게 소리쳤다.
『밀리제(경찰), 이 놈을 묶으라!』
한순간 당황했다. 얼결에 나는 너는 어디서 온 누군가고 노어 로 물었다.
『이 놈의 새끼, 조선말을 못 하겠어!』
하더니 번개같이 그의 주먹이 날아 들었다.
『이 놈아, 내가 대표부 단속지도원이야.』
나는 얼결에 불이 번쩍 나게 얻어맞고 나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나는 붙잡고 있던 러시아 경찰 두명을 와락 뿌리치고 그에게 달려들어 땅바닥에 둘러 메쳤다. 러시아 경찰과 북조선의 다른 3명 이 달려드는 통에 나는 꼼짝 못하고 묶였다.
나는 러시아 경찰들에게 노어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러시아 공민인데 저것들이 도대체 어떤 놈들이야.』

경찰들은 귀도 기울이지 않고 나를 역 분 경찰서로 끌고 갔 다.
대표부 단속지도원이 얼마나 흉포하게 날뛰었던지 러시아 경 찰들은 얼떨떨해 가지고 정신도 차리지 못했다.
『야, 이 놈아. 이 악종같은 놈아. 내가 너를 잡으려고 얼마나 고 생했는지 알아? 네 놈 때문에 1500달러를 썼어. 당과 조국을 반대 해서 칼로 배까지 갈랐어. 이 개새끼.』
또 주먹이 날아 들었다.
묶인 몸이라 나는 또 얻어 맞았다. 나는 젖 먹던 밸까지 다 치 밀어 오르는 것 같아 그를 머리로 힘껏 들이 받았다. 그러나 두 팔 을 뒤로 묶였기 때문에 그를 받지 못하고 앞으로 푹 꼬꾸라졌다. 그 는 사정없이 발로 걷어차며 한참 야단이었다.
(아, 분하구나. 내가 이렇게 잡히다니!)
나는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일어서며 러시아 경찰을 어깨로 힘껏 떠받으며 소리쳤다.
『이 개새끼야. 나를 풀어라!』
그러자 경찰서 다른 경찰들까지 달려들어 나를 진정시키고 단 속지도원도 진정시켰다.

나는 조선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계속 러시아 공민이라고 항의하자 러시아 경찰들이 머리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급해진 단 속지도원이 앉았던 의자를 쳐들고 달려들며 무작정 나를 끌어내라 고 같이 온 북조선 노동자 3명에게 소리쳤다. 그들이 달려들어 나 를 끌고 나가자 러시아 경찰들은 벙벙히 지켜 보기만 하였다.
내가 계속 발악하자 단속지도원은 내 입에 자갈을 물리라고 소리치며 세워져 있는 택시운전수에게 서툰 노어로 돈을 많이 줄테 니 하바로프스크까지 가자는 것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경찰서에서 생긴 일

이때 러시아 경찰 한 명이 다가 오더니 본 경찰서 책임자가 찾으니 경찰서로 가자고 하여 호송차에 모두 타라는 것이었다. 천 만 다행이었다.
우리가 경찰서 책임자 방에 들어서자 그는 나에게서 수갑을 풀어 주라고 지시하였다.
경찰 책임자는 단속지도원에게 어디서 온 누군가고 물었다.
노어를 모르는 그는 너무 안타까와,
『이렇게 하고 달아난 놈이야. 자, 이거 말이 통해야 어쩌지.』
하면서 칼로 배를 찌르는 시늉을 했다.
책임자가 알아 듣지 못하고 나를 체포하던 러시아 경찰에게 어떻게 된 일인가고 물었다.
『이 사람은 누군지 모르겠는데 나를 시장에서 자기는 조선 경 찰이라고 하면서 저 사람을 붙잡아 달라기에 체포하였습니다. 그런 데 본인은 러시아 공민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뭐가 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나는 옆에서 노어로 소리쳤다.
『이건 도대체 어떤 놈이야. 나는 이게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되자 책임자는 번역원을 찾았다. 번역원으로는 조선인 교포가 들어 왔는데 공식적인 번역원이 아니고 자기 사업때문에 경 찰서에 며칠째 와 있던 사람이었다.
그가 들어서자 단속지도원은 번역원과 경찰책임자에게 옆 방 에 나가 이야기 하자고 데리고 나갔다. 한참 후에 들어온 그는 나 에게 어디서 온 누구인가고 물었다.
나는 생각나는 대로 우즈베키스탄 교포 친구 이름을 댔다.
『나는 저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이해 할 수 없다. 이유를 대라!』
그러자 단속지도원은 노어로 말하는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여 안절부절을 못했다.
그러다 그는 갑자기 생각난 듯 나의 배를 보면 알 수 있다며 배를 보자고 하였다.
참으로 긴장한 순간이었다.
나에게는 배 가죽에 15cm나 되는 상처자리가 있다.
나는 책임자에게 다시 말했다.
『저 사람을 내 보내고 당신과 번역원 우리 세 명이 따로 만 나자.』
책임자는 그게 좋겠다며 그를 내보내라고 하였다.
『나는 조선에서 온 사람이 맞다. 나는 러시아에로의 정치망 명을 위해 도망쳤다. 자 사람들은 나를 데려다 죽인다. 우리 부모형 제들도 모두 잘못된다.』
책임자는 자기도 그런 줄 알았다며 안심하라는 것이었다.
통역으로 왔던 교포 역시 나를 지지하였다.

단속지도원이 다시 들어오자 책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저 사람이 당신네 사람이라는걸 증명할 문건이 있습니까?』
그에게는 문건이 없었다.
『이 사람은 우리 사람이다. 카자흐스탄 경찰서에서 배를 가 르고 도망친 사람인데 왜 배를 보여주지 않는가?』
통역원이 책임자에게 번역하면서 덧붙여 말했다.
『차라리 이 사람들에게 문건을 가져오라고 보내는 것이 어떻 습니까?』
경찰 책임자가 그에게 나를 구류시킬테니 가서 문건을 가져 오라고 하였다.
궁지에 몰린 단속지도원은 기어코 데리고 가야한다며 앙탈을 부리다 서툰 노어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남조선 경찰이다.』

나는 그를 궁지에 몰아 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공격을 들이댔다.
『저 사람은 북조선 사람인데 남조선 경찰이라고 당신들을 속 인다. 신분을 확인해 보라.』
책임자가 그에게 여권을 보자고 하였다.
그의 여권은 공무여권이고 하바로프스크 경찰에서 발급한 경 찰원 카드도 보여 주었다.
번역원이 그에게 당신은 북조선 사람인데 왜 남조선 사람이라 고 속이는 가고 물었다.
그는 참으로 철면피한 인간이었다.
『나는 노어를 전혀 모른다.』

통역원이 책임자에게 번역해 주자 그는 입이 썼던지 더 말도 없이 나를 구류시키라고 지시했다.
나는 우선 마야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교포 통역원에게 마야의 주소를 알려 주었다.
연락을 받은 마야는 200km나 되는 길을 밤 1시가 지나 택시 를 타고 달려왔다.

하바로브스크로 끌려가는 길

나는 다음날 하루종일 긴장된 시간을 보냈다.
오후 5시경에 감방문이 열리며 나오라고 한다.
내가 나가자 단속지도원과 낯모를 조선사람 몇명이 들어오며 러시아 경찰들에게 감방문을 나서기도 전에 빨리 묶으라고 재촉했다.
러시아 경찰 두 명이 달려들어 팔을 뒤로 비틀어 수갑을 채웠 다.
수갑은 러시아 경찰의 것인데 아마 빌려 쓰는 것 같았다.
북조선제 수갑도 있었으나 그들은 자기들의 인권유린행위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이런 장소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일단 하바로 프스크 벌목장 감옥소에서부터 다리 키브스와 수갑을 사용한다.
감방 복도에서 나와 현관에 나서니 마야의 언니 이리니가 와 있고 마야는 없었다.
감방으로 들어갈 때 꺼내 놓았던 소지품과 돈 48만루블을 북 조선 경찰들이 넘겨 받았다.
나는 돈을 마야에게 넘겨주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저들끼 리 수군거리며 돈을 주지 말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러시아 말로 다시 소리쳤다.
『돈은 내 돈이 아니고 마야 돈이니 모두 넘겨주라!』
이렇게 되자 그들은 러시아 경찰 책임자를 비롯하여 모든 과 장들이 다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이리나에게 돈을 넘겨 주었는데 절반만 주고 절반은 자기들의 주머니에 쓸어 넣었다. 내 가 다시 소리치자 그들은 나를 강제로 끌고 나갔다.
이때 마야가 경찰서 안에서 달려 나왔다. 아마 사무실에 붙들 어 놓았던 것 같다.

이미 때가 늦었다. 3명의 북조선 경찰이 나를 차에 떠밀어 넣 고 한 명이 마야를 붙들었다.
『김호, 김호, 안돼요- 안-돼요.』
경찰서 앞에는 배웅하러 나온 경찰들과 중국인들, 길가던 러 시아인들이 모여 들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요동치며 소리쳤다.
『마야 죽을때까지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잊지 말라.』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모여 들었다. 이렇게 되자 러시아 경 찰 두명이 또 달려들어 나를 차에 떠밀어 넣었다.
나는 이렇게 값없이 잡혀가는 것이 너무도 분하여 차창을 머 리로 받았다.
『아- 내가 이렇게 잡히다니.』

차는 벌써 출발하였다.
차는 대표부 책임비서 사업전용차였다(도요다). 차가 경찰서 구내를 벗어나자 밧줄로 두 다리를 꽁꽁 결박하고 팔은 뒤로 수갑 을 채웠는데 그래도 미덥지 않아 밧줄로 양쪽 팔굽을 뒤로 다시 꽁 꽁 묶었다. 러시아 경찰 측에서 벗어났으니 아무 짓이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사정없이 주먹이 날아 들었다.
나는 머리를 좌석의 뒤 등받이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잠자코 있었다.
차가 한참 달리자 저희들끼리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놈의 새끼 때문에 하루종일 전투를 했구먼. 죽일 놈의 새 끼.』
하고 대표부 안전부 부부장이 투덜거리자 단속지도원이 조용한 목 소리로 말했다.
『여 김호, 말 좀 해보라. 너 양심이 있나. 당에서는 그래도 너 같은 배반자를 조국에 데려다 교양해서 부모형제들과 만나게 해주 겠다고 애를 쓰는데 러시아 공민이라고 마지막까지 발악해. 그리고 마얀지 뭔지하는 계집애는 어디서 그따위 생쥐새끼같은 걸 데리고 살았어. 네가 얼마나 북조선에 대하여 악선전을 했는지 그 놈의 계 집애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에익 더러워서. 한대 때리려다 겨우 참 았어. 너는 사람 새끼가 아니야. 조국을 배반하고, 당을 배반하고, 자 기 부모 처자를 배반하고, 네가 뛰면 어디로 뛰겠어. 소련땅이 아무 리 넓어도 다 붙잡아. 다-.』
하고는 왜 대답이 없는 가며 담배를 한대 붙여 주는 것이었다.
“그따위 개새끼한테 담배는 무슨 담배야.”
부부장이 아직도 분이 삭지 않았는지 투덜거렸다.
『야, 이 개새끼야. 마야라는 계집애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나는 궁금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그들은 대답을 못했다. 차마 말할 수 없었던 것 같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때 마야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네 김일성은 돼지고기처럼 기계로 갈아서 만두를 빚어 개를 주어야 한다.』

그라데끄에서 하바로프스크까지는 1300km 정도인데 시간이 감 에 따라 몹시 고통스러웠다.
팔, 다리를 얼마나 꽉 묶어 놓았던지 피가 통하지 못하여 차 츰 감각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너무 힘들어 차가 좀 빨리 달 려 하바로프스크에 도착하기를 바랬다.
그런데 운전수는 피곤하였던지 속력을 내지않고 조심스럽게 차를 몰았다.
『저따위 사람같지 않은 놈 때문에 어제부터 한잠도 자지 못 했더니 피곤해서 못견디겠어.』 어제 단속지도원은 나에 대한 문건을 가져오라고 하자 하바로 프스크에 전화로 연락하고 밤에 혹시 러시아 경찰들이 나를 빼돌릴 것 같아 밤새껏 밖에서 지켰다고 한다.
한편 하바로프스크 대표부에서는 나를 잡았다는 연락을 받고 소동이 있었다.
급히 나에 대한 문건을 준비해야 했고 시간을 절약하자면 열 차보다도 승용차로 가야 했는데 성능이 좋은 차는 대표부 책임비서 차 밖에 없었다. 책임비서는 자기 승용차를 내주었고 그들은 밤새 껏 그라데끄로 달려왔고 오늘은 하루종일 전투를 했다고 한다.
그날 마야의 강력한 항의로 하여 러시아 측에서는 법조항을 따지며 나를 넘겨주지 않으려고 했고 북조선 측에서는 억지로 나를 끌고 가려고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궁지에 몰린 북조선 측에서는 급히 대표 부에 연락했고 대표부에서는 북조선에 즉시로 연락하였는데 북조선 에서는 달러를 쓰더라도 기어이 나를 잡아오라는 지시가 내렸다고 한다. 이리하여 점심시간에 레스토랑에서 오찬회를 갖고 북조선 측 을 지지하는 몇명의 경찰들을 초청하여 매수공작이 진행되었다.
북한측 책임자였던 부부장은 경찰 책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쁘리모르 주경찰 책임자에게 당장 보고하라. 왜 당신들은 상 부에 보고하지 않는가. 당신들이 정 못하겠다면 우리 조선측에서 직 접 보고하겠다.』
이렇게 되어 책임자는 주경찰 책임자에게 보고하였다. 보고를 받은 주경찰 책임자는 군말없이 나를 돌려 보내라고 지시했다. 하 바로프스크, 쁘리므르 주경찰 고위간부들은 이미 평양을 방문해 대 접도 잘 받고 선물도 받고 북조선 안전원들의 사업을 적극 협력하 기로 약속이 이루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