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탈북한 최고령 국군포로 별세… 북한에 170명 억류

최고령 탈북 국군포로 이원삼 씨가 지난 14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6세.

국군 창설 멤버인 이 씨는 당시 수도사단 이등상사로, 6·25 한국전쟁 정전 협정을 이틀 앞둔 1953년 7월 25일 동부 전선에서 포로로 붙잡혔다.

이후 북한 탄광에서 노역을 하다 2004년 10월 탈북해 한국 땅을 밟았다. 북한에 억류된 지 51년 만이다.

유해는 16일 오후 서울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북한 생존 국군포로 약 170명 추정

유엔은 지난 2014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통해 6.25 전쟁 중 최대 7만 명이 포로로 잡혔으며 당시 기준 500여 명이 북측에 억류돼 있다고 추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7월 국군포로 한모씨와 노모씨가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한씨와 노씨에게 각각 21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진 출처,NEWS1

사진 설명,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7월 국군포로 한모(가운데)씨와 노모씨가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한씨와 노씨에게 각각 21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 가운데 탈북에 성공해 한국 땅을 밟은 이들은 81명, 이제 16명만이 생존해 있다.

국군포로들의 진상 규명을 돕는 사단법인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은 BBC 코리아에 “북한에 아직 국군포로 170여 분이 생존해 계시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또 “국군포로의 존재를 알리고 북한에서 어떻게 살고 계신지 정부가 빨리 조사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이분들을 모르는 척 하는 것은 반인도적 범죄인 동시에 제네바 협정과 포로송환 및 대우에 관한 협정에 모두 위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다른 나라들은 포로와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노력하는데 한국 정부는 스스로 탈북해 온 국군포로 어르신들마저 통제하고 돌아가셔도 부고조차 내지 못하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군포로 어르신들이 폐지를 줍거나 한겨울에 세차장에서 일하실 정도로 형편이 어렵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정부 기구 있지만 ‘유명무실’

국군포로 문제를 다루는 한국정부 산하 기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해당 문제를 총괄하는 ‘범정부 국군포로 대책위원회’가 있다.

국방부와 통일부 등 7개 부처가 참여하는 이 위원회는 국군포로 관련 대책 수립을 위해 지난 1999년 발족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회의는 단 한 차례만 개최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규정에 따르면 정기회의는 매년 상∙하반기 1회씩 소집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재출범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과거사위)도 있다.

‘물망초’ 측은 지난 5월 24일 과거사위 앞에서 ‘북한-중공군의 만행 규명 및 국군포로 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근식 과거사위 위원장은 이날 현장에 동행한 국군포로 김성태 씨(89)에게 ‘나는 중공군 포로에 관심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결국 정 위원장은 열흘 만에 김 씨를 찾아가 사과했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석우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은 BBC 코리아에 “이제 몇 분 남아계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현 정부가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나 생각하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에 오신 분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북한의 국군포로들은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될 때마다 한국행을 기대했지만 언급조차 되지 않아 매번 낙심하고 좌절했다”며 “남북 간 협력이 재개되면 그분들을 1순위로 모셔와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북측 지역에 남아있는 한국군 포로는 단 한 명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