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나를 소개하는 게 이렇게 어렵다고요?

나를 소개하는 게 이렇게 어렵다고요?

차미리(교육훈련팀 팀장)

 

‘나에 대한 글을 쓰는데 이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어요’는 1~2월 동안 나를 포함한 교육훈련팀원들이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일 것이다.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코로나)로 인해 매년 1월 진행해왔던 한겨레 계절학교를 진행하지 못하였다. 한층 강화된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던 중 계절학교에서 진행했던 학업 보충은 1:1 학습 멘토링으로 대체하기로 하였고, 올해 고등학교 3학년 또는 대안학교를 재학하면서 대학에 지원하는 9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1~2월에 걸쳐 대학입시 특별반을 진행하게 되었다.

탈북청소년 대부분은 재외국민전형으로 대학에 지원하게 되는데 관련 전형, 학과 및 학교에 관한 정보, 자기소개서 작성 및 첨삭 등의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모든 탈북청소년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반학교를 다니는 탈북청소년들의 경우 대학입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담임 선생님이 전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일반적인 학생부종합전형과 다른 재외국민전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탈북청소년 본인이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학교에 밝히지 않아 진로상담 선생님 또는 담임 선생님께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데 어려움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올해에는 탈북청소년들의 대학입시에 집중하여 개학 전 학생들이 고등학교 생활을 되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추가로 준비할 수 있도록 1, 2월에 집중하여 자기소개서를 작성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첫 3일은 워크숍 형태로, 전형에 대한 설명,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와 학교에 대한 자료 조사, 입시 일정 등에 대한 자료 조사 형태로 진행하였다. 이번 워크숍에 참여했던 학생 대부분은 자신이 진학을 희망하는 학과를 스스로 정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와 관련 정보를 찾는 워크시트를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관련 직업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경영학과를 희망하였던 학생의 경우, 자신이 지원을 희망하는 학교마다 경영학과, 경영산업학과, 경영정보학과 등 명칭이 달라 각 학교의 학과별 차이점에 중심을 두고 자료 조사를 진행하였다. 이후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하는 학생들은 학교별 자기소개서 문항을 조사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학생들은 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자원봉사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생들 개인의 북한에서의 경험, 탈북과정, 자신이 왜 해당 학과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평소 가지고 있던 고민, 자신이 했던 활동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 등을 나누었다. 이 과정을 통해 봉사자들은 학생들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었고 학생들과 함께 자기소개서의 틀을 잡아 나아갔다. 자기소개서를 처음 써 보면서 학생들이 끊임없이 한숨을 쉬고, 머리를 쥐어뜯는 모습을 보이며 많이 어려워했지만,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글을 더욱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자기소개서를 쓰며 잘 풀리지 않는 부분은 봉사자 선생님께 물어보거나 스스로 더욱 고민하고, 예시를 참고하며 글을 작성해 나아갔다. 봉사자 선생님들의 많은 도움으로 탈북청소년들은 개학 전 많은 양의 글을 쓸 수 있었다.

활동을 마무리하며 1박 2일 캠프를 계획하였으나 코로나의 강화된 방역 조치가 유지되면서 인조고기밥, 두부밥, 북한식 송편과 순대 등을 맛보고 외래어 금지 규칙을 넣은 윷놀이를 하며 마무리 시간을 가졌다. 북한 음식을 처음 먹어본 봉사자들은 신기해하면서도 낯설어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다양하게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고, 학생들은 오랜만에 먹는다며 음식과 관련된 북한에서의 일화를 이야기해주기도 하였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시간을 보내고, 윷놀이 게임을 진행했다. 일반적인 윷놀이에서 대화 도중 외래어를 사용하면 판 위에 있던 말들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규칙을 넣어 게임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어 보았다. 처음엔 어렵지 않겠지 생각했던 학생들과 봉사자들은 오케이, 콜, 컨디션, 스트레스 등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며 게임이 자주 초기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희열과 좌절을 넘나들었던 외래어 금지 윷놀이를 하며 서로와 더욱 친해질 수 있었다. 게임 후에는 봉사자와 학생들이 준비한 가벼운 선물을 교환하고 간단한 소감을 나누면서 활동을 마무리하였다.

 

<봉사자 소감 부분 발췌>

봉사자 임*윤

분단국가에 살면서 제가 참 통일과 북한에 대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늘 막연하고 먼 존재라고 생각했던 이들과 친구가 되어 같이 수다를 떨고 밥을 먹고 고민을 나누기도 하면서 그동안 나의 무심함이 얼마나 많은 걸 못 보게 했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북한에서 왔다고 친구가 직접 말을 꺼내기 전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우리와 닮은 이들을 어찌 한민족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동안 어찌 이리도 이들에게 무심했는지 스스로가 밉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동안 지니고 있던 편견을 조금씩 지워가면서 이제는 통일에 대해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통일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북한에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들이 우리와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제 친구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봉사자 노*경

통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우리 가까이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되었어요. 앞으로 탈북청소년 친구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만 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을 떠올리고 공존해나갈 방법을 생각해볼 것 같아요. 이렇게 작은 부분부터 하나씩 열리다 보면 통일도 당연히 한걸음 가까워지리라 생각도 들어요.

봉사자 이*희

취업이 잘 된다 하니 경영, 경제학과를 원하고, 취업이 안된다 하니 역사학과를 망설였던 건 비단 탈북학생들 뿐만 아니라 남한 학생들도 똑같이 겪었던 고민이 아닌가 싶어요. 비록 미래에 대한 동기부여가 없는 이유가 남한 학생들은 주입식 교육, 북한은 체제로 인한 정보와 기회의 박탈로 인한 것이라 서로 다르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미래에 대한 확신은 남한이든 북한이든 16~19세 청소년들에게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더 많은 기회를, 더 많은 정보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지만, 동시에 이 아이들 개개인의 속도에 맞는 정보는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활동은 저에게 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진짜 ‘행복’은 뭘까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